지방 사립대 38% 정원도 못 채운다

입력 2020-01-20 17:58   수정 2020-10-21 18:23


지방 사립대 세 곳 중 한 곳은 올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입 지원자가 줄면서 지방 사립대부터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20일 한국경제신문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의뢰해 전국 4년제 사립대 2020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사립대 87곳 중 33곳(37.9%)의 경쟁률이 3 대 1을 밑돌았다. 경쟁률이 3 대 1 미만인 지방 사립대는 2019학년도 14곳에서 올해 33곳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험생은 정시모집에서 가·나·다군 한 곳씩 3개 학교에 지원서를 낼 수 있어 입시업계에서는 경쟁률이 3 대 1 미만이면 사실상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로 분류한다.

지방 전문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부 지방 전문대는 정시 원서 접수가 끝나자마자 정원 미달 예상 학과를 ‘바로 합격 가능 학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부터 들이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이 줄어든 데다 수도권 대학 선호가 심해져 지방 사립대의 경쟁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급증한 것은 줄도산의 신호탄”이라며 “수년 내 문을 닫는 지방 사립대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지방대 정원미달 → 폐교 확산 → 청년 유출…지역경제도 쇼크 올 것"

교육계는 2020학년도 대학 입학 정시전형에서 지방 사립대의 경쟁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부분 대학이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어 입학정원 미달은 ‘시한부 선고’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대학이 문을 닫으면 특히 젊은 인구가 급격하게 유출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지방대 줄도산을 맞닥뜨리면 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대입 역전 현상’ 시작

올해는 대학 입학정원보다 대입가능자원의 수가 더 적어지는 ‘대입역전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다. 교육부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재수생 수, 대학 진학률 등을 종합해 추산한 올해 대입가능정원(47만9376명)은 전체 대학 입학정원인 49만7218명(2018년 기준)의 96.4%에 불과하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들어가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나온다는 얘기다.

대입역전현상의 공포는 지방 사립대 경쟁률 급감으로 이어졌다. 정시모집 경쟁률을 공개한 지방 사립대 87곳 중 33곳의 경쟁률이 3 대 1 아래로 떨어졌다. 2019학년도(14곳)와 비교해 경쟁률 3 대 1 미만 학교의 수는 2.4배로 급증했다. 대입가능자원 감소에 수험생의 서울 및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더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2024년 대입가능자원은 37만3470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대학 정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24년에는 정원 대비 입학생이 12만 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351개 대학 중 87개(24.8%)는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방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앞으로 4년 뒤 대학 네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손 놓고 있는 교육부

202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의 또 다른 특징은 서울 및 수도권과 거리가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미달 위기에 놓인 대학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부산·경남·울산 지역 사립대 중 경쟁률이 3 대 1 미만인 대학은 2019학년도 1곳에서 2020학년도 9곳으로 크게 늘었다. 광주·전남 지역 사립대 중 경쟁률이 3 대 1 아래로 떨어진 학교도 같은 기간 5곳에서 12곳으로 증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망할 것이라는 예언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의 고용과 상권을 책임지는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사립대의 줄도산이 지역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는 2018년 서남대가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가 휘청거렸다. 재학생 800여 명과 교직원 200여 명이 떠나자 대학 주변 상권이 무너지고 인근 원룸이 텅텅 비는 현상이 벌어졌다. 남원시 인구는 서남대가 문을 닫은 2018년 2월 8만3000여 명에서 지난달 8만1400여 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달 폐교한 한중대가 있던 강원 동해시 인구도 9만2000여 명에서 9만500여 명으로 줄었다.

폐교한 대학 교직원의 임금 체불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폐교 대학 교직원들이 받지 못한 체불 임금은 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대학 평가를 통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에는 입학정원 감축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마저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대학들이 스스로 경쟁해 입학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학령인구 감소의 책임을 오롯이 대학에 떠맡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계에선 이미 재정 상황이 파탄 직전에 이르러 ‘좀비’ 상태로 운영되는 대학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자진해서 대학 문을 닫을 경우 잔여 재산이 국가로 귀속되기 때문에 부실 대학도 문을 닫지 않고 버티고 있다. 자진해서 문을 닫더라도 잔여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등 퇴로를 마련해줘야 자연스럽게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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